
아이가 ADHD 진단을 받고 처음 약을 시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같은 성분인데 제형 하나 바뀌었다고 아이의 하루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겨우 맞는 약을 찾았다 싶은 순간에 그 약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내 약가 구조 문제로 채산성이 떨어진 약들이 하나씩 철수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같은 성분, 다른 반응 —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의 의미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계열 약들은 같은 성분이어도 분비 방식이 다르면 아이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기서 메틸페니데이트란 ADHD 치료에 사용하는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조절해 주의력과 충동 조절을 돕는 성분입니다.
어떤 약은 속효성 성분 비율이 높아서 오전에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다가 오후에 뚝 떨어지면서 아이가 무기력해졌습니다. 반대로 서방형(sustained-release) 제제, 즉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형태의 약은 효과가 너무 길게 이어져 밤에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생겼고요. 그렇게 조금씩 맞는 약을 찾아가던 중에 국내 시장에서 사라진 메타데이트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메타데이트는 속효성과 서방형 비율이 3대 7로 구성된 약으로, 메디키넷의 5대 5 구성에 비해 서방형 비율이 높아 효과가 좀 더 완만하게 이어지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제형 차이가 임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감이 나는 대목입니다. 아이에게 딱 맞는 약을 고르는 과정이 얼마나 세밀한 작업인지, 직접 겪어본 보호자라면 다 압니다. 그런데 그 선택지 중 하나가 수익성 문제로 그냥 사라진 겁니다.
스트라테라가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황당했습니다. 스트라테라의 성분명은 아토목세틴(atomoxetine)으로, 메틸페니데이트와 달리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계열입니다. 쉽게 말해 각성제 계열이 아니라서 틱 증상이 있거나 불안도가 높은 ADHD 환자에게 특히 유용한 약이었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을 쓰면 틱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아토목세틴은 사실상 대안이 없는 선택지였거든요.
한국 ADHD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DHD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약 13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는 늘어나는데 치료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철수했거나 공급이 불안정했던 주요 약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플루복사민(듀미록스): SSRI 계열 항우울제, 강박·불안 증상에 특화. 연간 처방량 약 7억 원 수준으로 채산성 악화 후 철수
- 메타데이트: 메틸페니데이트 3대 7 서방형 제제. 원 제약사 공급 중단
- 스트라테라: 아토목세틴 성분 ADHD 치료제. 제약사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오리지널 철수
- 콘서타 서방정: 글로벌 ADHD 환자 증가로 국내 수급 불안정 장기화
약가 700원짜리 앰플과 수익성의 딜레마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콘서타 수급 불안정 사태를 직접 겪어보니, 이 문제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병원에서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막막함은, 약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보다 아이의 일상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콘서타에서 다른 약으로 바꾼 뒤 아이가 한동안 적응을 힘들어했고, 학교에서 집중이 안 된다는 연락도 다시 왔습니다. 같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인데 왜 다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서방형 제제의 분비 방식 차이가 혈중 농도 곡선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약동학(pharmacokinetics), 즉 약이 몸 안에서 흡수되고 분포·대사·배설되는 과정이 달라지면 같은 성분이어도 체감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티반 주사제 이슈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습니다. 아티반의 성분명은 로라제팜(lorazepam)으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항불안제입니다. 여기서 벤조디아제핀이란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불안, 경련, 근육 경직을 완화하는 약물 계열을 의미합니다. 주사 제제는 빠른 흡수로 급성 발작이나 알코올 금단 섬망 상황에서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약입니다. 그런데 그 앰플 한 개 가격이 700원이었습니다.
국내 약가가 얼마나 낮게 책정되어 있는지는 이 숫자 하나로 설명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강화해 생산 시설 기준을 올렸지만, 약가는 그대로 묶인 상태였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 원가는 올라가는데 판매가는 고정되어 있으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된 겁니다. 유일하게 생산하던 국내 제약사가 철수를 선언한 건 그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약가를 낮게 유지하는 건 분명히 필요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경직되어 있으면, 정작 필요한 약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플루복사민처럼 외국에서는 제네릭 복제약이 남아 처방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복제약을 만들겠다는 제약사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약가가 낮으면 제조 비용도 건질 수 없으니까요.
치료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어떤 환자에게 A 약이 효과 없어도 B 약은 듣는 경우가 임상에서는 너무 흔합니다. 그 선택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치료 자체가 막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약을 구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폭넓게 쓰이는 약이 국내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거나, 들어와 있던 약이 수익성 문제로 사라지는 현실을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렴한 의료비 혜택을 지키면서도 치료 선택지를 유지할 수 있는 약가 조율 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ADHD 자녀를 둔 보호자로서, 이 문제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걸 실감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약물 선택과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