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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의심 아이, 약보다 먼저 볼 것 (진단 재검토, 사회적 의사소통, 용량 부작용)

by 엘리자56 2026. 6. 15.

약을 올리고 또 올렸는데 아이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상황들을 겪으면서, 이게 단순한 기질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의심이 확신이 된 건, 아이가 친구 얼굴에 공을 맞혀놓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하고 나서였습니다.

진단 재검토 — ADHD 약을 올려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저희 아이는 ADHD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용량이 낮았는데, 학교에서 "나아지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올 때마다 용량이 올라갔습니다. 신학기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됐고, 어느 순간 비급여 구간까지 용량이 치솟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혀가 굳고, 목이 꺾이고, 침을 흘리며 뒤집어지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부작용 감소 약이 또 추가됐습니다. 약이 약을 부르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게 ADHD의 문제만이 아닌 건 아닐까.

여기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란 주의 집중의 어려움, 충동성, 과잉 행동을 핵심 증상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중요한 건, 이 진단 기준에 맞는 증상이 다른 원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의력 문제가 있을 때는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패턴, 즉 지속적 주의력(sustained attention)이 감소하는 흐름이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지속적 주의력이란 하나의 과제에 일정 시간 동안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는 그 패턴과 달랐습니다. 어떤 상황에선 집중이 됐다가 또 어떤 상황에선 전혀 안 됐습니다. 수업 시간 내내 산만한 게 아니라, 맥락에 따라 집중 여부가 달라졌습니다. 그 부분이 단순한 ADHD 설명만으로는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통계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의 상당수가 공존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단독 ADHD로만 치료할 경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사회적 의사소통 — 산만함과 다른 신호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의 행동 중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에서 선생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철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반복됐습니다. 체육 수업에서도 코치 선생님을 "아저씨", "털보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우러 간 상황에서 그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압니다. 그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관계의 상징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는 그 상징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농구 연습 중에 친구 얼굴에 공을 맞혔습니다.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됐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기분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냥 흥분해서 자기 조절이 안 되는 것과는 다른 결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 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이란 상대방의 역할, 감정, 맥락을 읽고 그에 맞게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어려운 경우는 ASD(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ADHD와 함께 공존하거나 독립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ASD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며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ADHD인 경우 친구에게 관심이 많고 같이 놀고 싶어하지만, 흥분해서 자기 조절이 안 돼 문제가 생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상대방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부족하거나, 대상과의 관계에서 상징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건 다른 방향으로 들여다봐야 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ADHD와 사회적 의사소통 어려움의 주요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친구에게 관심이 많고, 함께 놀고 싶어하지만 충동 조절 실패로 갈등이 생김
  • 사회적 의사소통 어려움: 상대방의 감정이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어려움
  • ADHD: 수업 초반에 집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산만해지는 패턴
  • 사회적 의사소통 어려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집중 여부가 불규칙하게 달라짐

용량 부작용 — 약이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을 올리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처방이 나온 거니까, 전문가가 판단한 거니까. 그런데 최대 용량의 두 배까지 복용해도 학교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피드백이 계속 돌아왔습니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ADHD 치료제, 특히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계열이나 암페타민(amphetamine) 계열의 약물은 주의 집중력과 충동 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dopamine) 경로를 조절합니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보상, 동기, 집중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이 약물들은 ADHD에 효과적이지만, 만약 아이의 핵심 어려움이 도파민 조절 문제가 아닌 다른 신경학적 기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약물 용량을 아무리 올려도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 반증이 부작용이었습니다. 약은 강해지고 있었는데, 아이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으로 추체외로증상(EPS)이 나타났습니다. 추체외로증상이란 항정신병 약물이나 일부 신경계 약물의 부작용으로 근육 경직, 불수의적 운동, 혀 굳음 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에게 나타난 혀 마비, 목 꺾임, 침 흘림이 바로 이 증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이가 나아지지 않을 때 용량을 올리는 선택 자체가 틀린 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려도 올려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진단이 맞는지를 먼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ADHD 치료에서 약물 단독 치료보다 행동 치료(behavioral therapy)와의 병행이 장기적 예후에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동 치료란 보상 체계, 루틴 형성, 사회적 기술 훈련 등을 통해 행동을 직접 훈련하는 비약물적 접근법입니다.

저도 약을 먹이고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아이가 보이는 어려움 중 상당 부분은 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가 단체 생활에서 힘든 이유가 산만함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맥락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지를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이 필요한 아이가 있고, 다른 방식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향을 찾으려면 진단 자체를 열어두고 다시 점검해보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부모라면, 약의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 용량을 올리기 전에 먼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203Xc0b1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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