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 잘하는 약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어떨 것 같으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그냥 뜬소문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ADHD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처방받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이 소문이 얼마나 심각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됐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 알고 복용하고 있습니까
콘서타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ADHD 치료제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약으로,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란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조절해 전두엽 기능을 강화하는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여기서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감각, 기분, 의식 등에 영향을 주는 약물로, 의존성과 남용 가능성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 마약류에 해당합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 건 아이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을 때였습니다. 마약류 관리 대장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는 건 알지만, 그만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약이라는 것도 그때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수능을 앞두고 이 약이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성적을 올려주는 약으로 학원가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온라인 점검에서 메틸페니데이트 및 국내 미허가 성분인 암페타민 제품을 '공부 잘하는 약'으로 홍보해 불법 유통·판매한 게시물이 711건 적발됐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숫자만 봐도 이게 얼마나 조직적으로 퍼지고 있는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콘서타 품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콘서타 품귀 현상을 겪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병원에서 "이번 달분이 마지막 물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막막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날 이후 약국을 네다섯 군데 돌아다녔고, 결국 다음 주 분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약을 먹지 않은 날 아이의 상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달랐습니다. 학교에서 집중을 못 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들어왔고, 아이 스스로도 힘들어했습니다. 전문가들이 ADHD 치료제를 안경에 비유하는 이유를 그때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 안경이 없는 것과 같다는 표현, 과장이 아닙니다.
왜 이런 품귀 현상이 생겼을까요. ADHD 치료를 위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는 환자 수는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10대 이하 청소년의 처방량은 5년 전 대비 1.9배 늘었고, ADHD 치료제 처방량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3,700만 정에서 9,000만 정으로 139% 증가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여기에 ADHD가 없는 학생들까지 약을 구하려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정작 필요한 사람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 이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오남용의 부작용,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혹시 ADHD 치료제를 먹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뇌의 도파민 회로를 자극해 일시적인 집중감을 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ADHD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뚜렷하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무서운 건 부작용입니다. ADHD가 없는 사람이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주요 부작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심혈관 질환: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심한 경우 부정맥
- 정신건강 문제: 불안, 우울증, 수면 장애 악화
- 신경계 이상: 경련 발작 가능성
- 약물 의존성 및 중독: 향정신성의약품 특성상 내성과 의존이 생길 수 있음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경고 문구가 아닙니다. 아이가 처음 약을 시작할 때 의사 선생님께서 체중과 심박수를 꼼꼼히 체크하시면서 경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셨는데,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도 이렇게 신중하게 관리를 하는 약입니다. 아무 감독 없이 출처도 불분명한 경로로 구한 약을 먹는다면 그 위험은 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SNS에서 자가진단 리스트 몇 가지에 체크가 되었다고 해서 스스로 ADHD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걱정됩니다.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받으려면 증상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여야 하고, 어린 시절부터 해당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의의 면담과 검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합니다. 졸릴 때 집중이 안 된다거나, 가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ADHD를 유행처럼 소비해도 괜찮을까요
성인 ADHD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19세 이상에서 9만 3,000여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20.6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8세 이하는 2.3배 증가에 그쳤으니, 성인 진단이 얼마나 빠르게 늘었는지 실감이 됩니다. 이 배경에는 2013년 진단 체계 개편과 2016년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릴 때 단순히 산만한 아이로 여겨졌던 분들이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원인을 찾아 진단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입니다.
여기서 동반이환(comorbidity)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동반이환이란 한 환자가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를 말합니다. ADHD 환자의 경우 동반 질환이 하나 이상인 경우가 84%, 세 가지 이상인 경우도 45%에 달합니다. 불안 장애, 우울증, 행위 중독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태를 SNS 자가진단 리스트로 판단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ADH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식이 높아지는 속도와 정확성이 함께 가지 않으면, 오히려 패션 ADHD라는 말이 생겨나고 진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ADHD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병은 유행이 아닙니다. 매일 약을 챙겨야 하고, 정기적으로 전문의를 만나야 하며, 부모도 아이도 꾸준히 노력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그 약이 품귀 현상으로 사라졌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그 아이들입니다. ADHD를 하나의 질병으로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고, 의심 증상이 있다면 SNS가 아닌 전문의에게 먼저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와 관련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